BORAM LEE

최근에 다시 과거의 질문으로 옮겨갔다.

본다는 행위와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인데, 

구체적으로는, 무언가를 바라봤을 때 그 바라보는 행위가 특별한 의식(意識)이나 다른 실천으로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질문은 오랜 시간 폭력의 이미지들을 바라보면서 심화되었다. 폭력의 이미지는 그간 숱하게 논의되었던 것처럼 보는 이를 점차 피곤하게 하거나 무감감하게 만들지 않는다. 폭력의 이미지는 오히려 어딘가에 남아 계속 불편하게 한다. 의식의 표면 위에 떠다니며 일상을 방해한다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때 느닷없이 떠오르는 방식으로. 폭력의 이미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희생자를 그리던 과거의 작업에서 이 불편함은 그림 속에 마치 균열처럼 남아있었다. 이 불편함은 특별하게 주의를 집중시키는 이미지, 그것의 바라봄의 결과물로 주어진다. 행위에서 행위로 이어지는 고리들. 바라봄에 대한 나의 질문은 과거의 질문이지만 그간 한번도 잊지 않았던 질문이다. 

 

눈 그림들은 이러한 질문을 상기하며 생각을 이어갔던 시간들 속에서 그려졌다. 

눈 그림들은 다소 모호하게, 다소 순진하게 그려졌다. 

눈 그림들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떠올렸던 것은 바라봄의 힘, 보이는 것의 힘이었다. 

그 힘은 디디-위베르만에 따르면 아주 미약하지만, 어느 순간 돌발하는, 잔존하는 이미지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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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2021년 1월, "눈 연구 1-겨냥"  전시서문